발로 만든 인공지능 음식책 — 거지북을 만들며
1화 · 회원가입하면 거지부터 시작합니다
다른 앱은 「환영합니다」인데, 우리는 「거지입니다」
0화에서 썼듯, 저는 밥로그(거지북) — 하루 세 끼를 사진으로 기록하면 신분이 오르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코드는 아직 없고, 기획과 목업까지는 있습니다.
0화를 쓰고 나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왜 가입하면 거지부터야?」
오늘 1화는 그 질문에 답합니다.
온보딩 — 앱을 처음 켰을 때 유저가 보는 첫 5분 — 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대부분의 앱은 「환영합니다」라고 말한다
카카오로 가입합니다. 「○○님, 반갸워요!」 프로필 사진 고르고, 관심사 세 개 고르고, 튜토리얼 세 화면 넘기고 — 어느새 VIP 손님이 된 기분입니다.
그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문턱을 낮추고, 이탈을 줄이고, 첫 경험을 부드럽게 — UX 교과서에 나오는 정석이죠.
처음에 저도 그렇게 기획했습니다.
가입하면 「평민」 부터. 「이미 잘하고 계세요!」 같은 카피. 친절하고, 안전하고, 아무 문제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니 이상했습니다.
이미 평민이면, 올라갈 곳이 없습니다. 등업의 기쁨이 약하고, 세계관이 안 잡히고, 「그래서 뭐?」가 남았습니다.
습관 앱에서 「환영합니다」는 2주 뒤 「그냥 앱 하나 더」가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원본 메모 — 「발로만든 인공지능 음식책」 — 에 있던 그 문장.
「회원가입을 하면 거지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그래도 진행하시겠습니까?」
웃기지만, 기대치를 정확히 설정합니다. 당신은 바닥에서 시작하고, 밥을 먹고, 기록하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온보딩 7단계 — 거지북 첫 여정
조선 세계관(거지북) 기준으로, 가입 직후 유저가 거치는 흐름입니다.
① 거지 시작 확인 (s1) 「거지부터 시작합니다. 그래도 진행하시겠습니까?」 → 예 / 취소. 여기서 세계관에 동의하는 겁니다.
② 성별 · 생년월일 (s2) 「그날의 팔자가 곧 당신의 이름입니다.」 남/여와 태어난 날만 입력 — 조선식 이름짓기 밈과 같은 lookup.
③ 이름 공개 · 공유 (s3) 유머 사주 한 줄 → 허내 같은 2음절 이름. 친구에게 공유(선택) · 앱에서는 허내001처럼 선착순 번호.
④ 밥그릇 선택 (s4) 플라스틱 바가지 / 박 바가지. 내 그릇 — 첫 커스터마이징.
⑤ 거지굴 입장 확인 (s5) 「거지굴은 광고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이용하시겠습니까?」
⑥ 입장권 발급 (s6) 「거지굴 입장권이 발급되었습니다.」
⑦ 첫 밥공기 (s7) 「첫 밥공기를 기록하세요.」 — 사진 한 장이면 여정 시작.
(여기에 mock-app 온보딩 s1~~s7 캡처 1~~2장 삽입 · s3 이름 카드 권장)
글로벌(Foodbook) 버전은 스킨만 바꿉니다.
Vagabond, wooden trencher, The Hovel — 게임 규칙은 같고, 연출만 다릅니다.
왜 이렇게 불친절하게?
솔직히, 전환율 관점에선 손해일 수 있습니다. 「거지부터?」에 뒤돌아서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래도 넣은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1. 올라갈 공간 바닥이 있어야 등업이 의미 있습니다. 거지 → 머슴 → 평민 → 양반 → 벼슬. 첫 화면부터 성장 서사가 보입니다.
2. 세계관 몰입 「거지굴」「입장권」「바가지」— 기억에 남습니다. 친구한테 설명할 때 「밥 기록 앱」이 아니라 「거지에서 시작하는 앱」 이라고 말하게 됩니다.
3. 나중 UX와의 약속 거지굴 광고, 양반 게시판 품격, 인증서 — 전부 「처음에 말해 둔 세계」 안에서만 설득력이 생깁니다. 0화에서 쓴 것처럼, 재미 없으면 오래 못 갑니다. 대신 너무 친절하면 재미도 약합니다.
Trade-off를 인정합니다. MVP KPI에 「가입 → 온보딩 완료율」 을 넣고, 「거지 확인」에서 이탈이 과하면 카피·순서를 조정할 생각입니다. 지금은 정체성 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기획서가 아니라 카피가 제품이다
온�oarding을 짜면서 느낀 건, 이 단계에서 기능 설명은 필요 없다는 겁니다.
「공기수가 쌓이면 Tier가 올라갑니다」— 나중에 알아도 됩니다. 지금 필요한 건 분위기와 한 줄 약속입니다.
- 거지부터 시작한다
- 그릇을 고른다
- 거지굴에 들어간다
- 밥을 찍는다
네 문장이면 첫 세션은 끝납니다.
0화 끝에서 예고했던 것처럼, 다른 서비스와 가장 다른 문장이 바로 이겁니다. 「그래도 진행하시겠습니까?」 — 유저에게 선택권을 주면서, 동시에 「이 앱은 장난치는 서비스다」 를 각인시킵니다.
마지막으로
회원가입은 문을 여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그 문 앞에 「거지」 라는 간판을 걸었습니다.
웃기고, 손해일 수 있고,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게 거지북 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2화에서는 「11시 정각이면 점심」 이야기를 합니다. 새벽 라면을 아침으로 올릴 수 있을까 — 끼니에는 때가 있다는 규칙, 왜 넣었는지.
📬 「발로 만든 인공지능 음식책 — 거지북을 만들며」 1화 📖 0화 · 왜 시작했는지 · 2화 예고: 끼니에는 때가 있다 🔗 foodboo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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